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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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제목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저자 : 김초엽
출간 : 2019.06.24

목차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

리뷰 _ 1

오랜만에 간결하면서도 풍성한 표현력을 가진 작가를 만났어요. 과학자 출신의 SF 작가, 김초엽입니다.
문과 감성 충만한 이과, 책을 읽기도 전부터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예감이 맞았습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7개의 단편소설들을 엮어 만든 책이에요.
내용 하나하나가 짧은 편이다 보니 쉽게 읽히는 한편, 주제 의식은 가볍지 않아서 참 좋았어요.
혐오와 차별, 주류와 비주류, 인간성에 대한 메시지들이 많이 와닿았습니다.

결함과 차별에 대한 단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묘한 분위기가 있는 글이었어요.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왜 목차에서 가장 첫 번째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큰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단편이라고 생각해요.
건조하고 가벼운 공기가 느껴지는 텍스쳐와 그 안에 담긴 묵직한 울림. 따뜻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스펙트럼'을 읽을 때 좋았던 점은 그림과 색을 글로 멋지게 표현해냈던 부분이었어요.
공감각이라고 해야 할지, 글을 읽는데 머릿속 어디에선가 아름답게 그려지는 어떤 이미지가 있더라구요.
저는 영상 매체와 구분되는 책의 즐거움 중 하나가 자유로운 상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스펙트럼'은 특히 제가 사랑하는 색채와 예술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이어서 흥미롭게 읽었어요.
물론 이런 부분 외에도 생각할 것들이 많아 더욱 좋았구요.

'공생가설'은 정말 이런 일이 실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생생하게 느끼면서 읽었어요.

언젠가 어디선가 류드밀라가 나타나 우리를 놀라게 하지 않을까. 아직도 조금은 기대(?)하고 있어요.

저는 아기 시절의 몇몇 장면을 아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듣자니 이런 경우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가상 기억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제 스스로가 류드밀라같은 특별한 존재일거라 믿고 싶어요. 좋은 기억들이거든요.

제 개인적인 경험을 빼고 보더라도 '공생가설'에서의 작가의 시각은 정말 독특하고 신비롭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서는 과학 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해 파생된 일종의 단절들, 남겨진 자의 감정 등을 담담한 문장으로 다루고 있어서 매우 몰입해서 읽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글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해요.
얼핏 어려울 수 있는 과학 용어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집필한 것도 작가의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세 개의 단편,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다음 두 번째 후기에 남기도록 할게요.